검증에 들어갔다. 그는 자신의 환자들에게 생선을 제외한 모든 육류의 섭취를 금지했다. 그리고는 소화를 촉진하는 발효 유산균 음료 '케피어'를 먹게 했다.
효과가 있었다. 그의 환자 18명 중 11명이 완치됐고, 2명은 상태가 꽤 호전됐다. 소화기관 내 박테리아가 정신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첫 사례가 나온 것이었다.
이 시리즈(Microbes and Me)는 지금까지 장내 미생물의 기능에 대한 다양한 주장을 살펴봤다. 하지만 장내 미생물이 정신 건강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은 꽤 낯설다. 장내 미생물은 어떻게 두뇌에 영향을 줄 수 있을까?
필립스의 연구 이래로, 소화기관과 두뇌의 관련에 대한 연구는 꽤 발전했다. 캐나다 맥매스터 대학 신경정신과 교수 제인 포스터는 "미생물이 정신 건강에 영향을 준다는 건 사실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위장을 통해 두뇌도 치료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포스터는 소화기관 이상은 정신 질환의 여러 원인 중 하나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 새로운 치료법은 모든 환자가 아닌, 일부에게만 통한다는 뜻이다.
사실 20세기 학계에서는 소화기관이 정신건강에 영향을 준다는 주장이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20년 사이에 사정이 달라졌다. 이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가 나타난 것이다.
2004년 일본 규슈대에서 발표한 연구가 대표적이다.
이 학교 연구팀은 몸 안에 미생물을 다 제거한 "무균(germfree)" 쥐를 가지고 실험했다. 실험 결과, 무균 쥐는 스테레스와 관련된 호르몬(코르티코스테론, ACTH)의 변동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장내 박테리아가 몸 속에서 어떤 호르몬을 얼만큼 분비할지에도 영향을 준다는 의미다.
"활력을 잃은 장내 미생물이 몸속에 들어가면 우울증과 관련된 행동을 나타난다. - 줄리오 리시니오
연구팀은 이후 무균 쥐에게 유산균 박테리아를 집어 넣었다. 그러자 이 쥐의 스트레스 반응이 달라졌다. 보통 쥐보다는 높았지만, 앞서 실험한 무균 쥐보다는 안정되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장내 미생물이 우울증과 관련된 행동을 옮길 수도 있다는 사례도 있다. 이 전염은 단순히 같은 종 안에서만 생기는 게 아니라, 인간과 쥐 등 서로 다른 종에서도 생길 수 있다.
중국 충칭 지역의 한 연구팀은 우울증 환자의 장내 미생물 샘플을 채취했다. 그리고 이를 무균 쥐에게 넣자, 쥐가 무기력함과 절망감을 느낄 때 보여주는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쥐를 상자에 집어넣으면 자꾸 벽쪽으로 몰려갔다. 이는 쥐가 안정감을 필요할 때 하는 행동으로 알려져 있다.
이 연구를 공동으로 진행한 뉴욕 업스테이트 의대의 줄리오 리시니오는 "(우울증 증상을 보인 체내의) 미생물을 집어넣은 동물 역시 우울증과 관련된 행동을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미생물에 변화를 주면 행동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만 나온 게 아니다. 대규모의 임상 참가자를 모은 역학연구(가장 최근에 나온 게 2019년 2월 4일에 발표됨)도 진행됐다. 이 연구들은 일관되게 '장내 미생물이 많으냐 적으냐'가 우울증이나 불안 같은 정신질환과 관련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실험 결과 장내 미생물의 전체적인 비율이 특히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감을 느끼거나 걱정이 많은 사람들은 장내 미생물이 정신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 사람들보다다양하지 않았다.
나아가 리시니오는 최근 연구에서 장내 미생물의 수가 적으면 조현병이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현병 환자의 장내 미생물 샘플을 무균 쥐에게 이식하는 실험을 했다. 그리고 쥐의 두뇌 활동을 살펴보니, 정신 장애 증상이 나타난 것이다.
다양한 경로
장내 미생물이 두뇌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는 다양하다.
예컨대 장내 미생물 중에는 소화기 내부의 벽을 지켜주는 것도 있다. 위벽에 점막을 만들어서 나쁜 물질이 혈관에 들어가는 것을 막아주는 방식이다. 때문에 이런 미생물이 부족하면, 벽이 약해져서 '새는 장 증후군(leaky gut)이 생길 수 있다. '새는 장 증후군'은 몸의 면역 반응을 조절하고 감염 부위 혈액 흐름을 증가시키는 단백질(사이토카인)을 만들어 낸다.
사이토카인은 사람을 축 쳐지게 하고 기분을 침체되게 한다. 몸속의 감염 부위와 싸우기 위한 에너지를 보존하기 위한 조치다. 우리가 몸이 아플 때 피곤함을 느끼는 것도 바로 이 사이토카인이 역할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새는 장 증후군' 때문에 사이토카인이 계속 만들어지면, 우울증이 생길 수도 있다.
"스트레스가 염증을 악화시키고, 악화된 염증이 장내 미생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장내 미생물은 세로토닌, 도파민 등 주요 신경 전달 물질 대사에도 영향을 준다. 우리의 소화기관은 두뇌와 직접 소통한다. 소화 기관에 곳곳에서 신호를 받아서 뇌로 연결하는 미주신경 덕분이다. 장내 미생물은 화학 물질을 만들어서 미주신경이 뇌로 보내는 신호를 바꿀 수 있고, 그로 인해 뇌에서 분비되는 물질이 달라질 수 있다. 포스터는 "신경계통을 포함해 장내 박테리아는 소화기관에서 여러 방식으로 두뇌와 소통한다"고 말했다.
반대로 두뇌 활동 역시 장내 미생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예를 들면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 안에 염증이 악화된다. 염증이 악화되면 장내 미생물의 분포가 달라질 수 있다. 일종의 '피드백 루프(어떤 원인에 의해 나타난 결과가 다시 원인에 작용해 그 결과를 줄이거나 늘리는 것)'인 셈이다.
새로운 길
포스터는 "최근 이 분야를 연구하는 학교와 기업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목표는 우울증과 같은 질병에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기존 항우울제는 뇌에서 분비되는 세로토닌 같은 화학물질의 균형을 바꾸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환자의 20퍼센트 정도에게만 실제로 효과를 보였다. 더욱이 '인지행동 치료' 등 다른 치료법을 병행할 때가 그 정도였다. '소화기관으로 두뇌를 치료한다'는 연구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지금까지 진행된 연구중 일부는 환자들에게 발효음료나 프로바이오틱스를 먹였다. 하지만 이들 연구에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에 실험 대상으로 참가하는 이들의 수도 적었고, 연구 과정에 다른 조치가 개입하지 못하도록 완벽하게 통제하지 못했다.
포스터는 이를 두고 "실패한 연구들은 환자를 정확하게 구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우울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어떤 이들은 장내 미생물 균형이 파괴돼 우울증이 생겼지만, 그렇지 않은 환자도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두 명의 장내 미생물을 비교하면, 약 10% 정도만 일치한다. 이런 미세한 차이까지 고려해야만, 환자에 맞는 정교한 치료법이 가능하다. 포스터는 "치료에 활용할 수 있도록 사람들에게서 특정 증상을 일으키는 생물학적 특징을 분류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스페인에서 진행된 한 연구에 따르면, 전통적인 지중해 식단을 먹는 사람들의 우울증 진단 확률은 다른 이들의 절반 정도였다.
리시니오 역시 조심스레 소화기관과 두뇌의 연결에 초점을 치료법에 대해 낙관했다. 그는 "항우울제의 심각한 부작용 때문에 신약 처방 역시 쉽지 않았다"며 "새로운 치료는 이런 염려로부터 자유롭다"고 말했다. "두뇌를 함부로 다루는 게 아니니까요. 그래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적을 겁니다."
이탈리아 사람처럼 먹어라
지금까지 진행된 연구에선, 건강하고 균형잡힌 식단이 우울증 발병 확률을 줄였다. 이 연구중 상당 수는 채소, 과일, 견과류, 해산물, 불포화 지방과 식물성 기름이 풍부한 '지중해 식단'을 대상으로 했다. 스페인에서 4년간 진행된 한 연구에 따르면, 전통 지중해 식단을 먹는 사람들의 우울증 발병률은 그렇지 않은 사람의 절반 정도였다.
과일과 채소가 많고 건강한 오일이 함유된 지중해 식단은 정신 건강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고 알려져 있다.(게티 이미지)
호주 디킨 대학 정신과 박사인 펠리스 잭카는 "정신 건강과 두뇌 건강에 영양이 중요하다는 데이터는 아주 많다"고 말했다. 그 가운데서도 지중해 식단은 장내 미생물을 다양하게 만들어주고 우울감을 일으키는 만성 염증은 줄여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베들레헴 왕립 병원의 실험이 진행된 지 100년도 넘었다. 하지만 우울증에 대한 완벽한 약은 아직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에게는 위장을 튼튼하게 하는 게 정신 건강의 첫걸음이라는 건 분명하다.
정신건강: 위장으로 정신 질환을 치료한다고?
20세기 초, 조지 포터 필립스라는 의사가 가설을 하나 세웠다. 소화기관에서 우울증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는 가설이었다.
필립스가 영국 베들레헴 왕립 병원에서 일할 때였다. 우울증 환자들이 심각한 변비로 고생하고 있었다. 변비만이 아니었다. 손톱이 깨지고 머리카락도 푸석푸석해지고, 안색도 안 좋아졌다. 보통 신진대사에 문제가 있을 때 나타나는 이 증상이 우울증 환자에게서 발견된 것이다.
상황만 보면 '우울증 때문에 생리적인 문제도 생겼다'는 가정을 세울 수 있었다. 하지만 필립스의 생각은 달랐다. '소화기관을 치료해서 우울증을 완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검증에 들어갔다. 그는 자신의 환자들에게 생선을 제외한 모든 육류의 섭취를 금지했다. 그리고는 소화를 촉진하는 발효 유산균 음료 '케피어'를 먹게 했다.
효과가 있었다. 그의 환자 18명 중 11명이 완치됐고, 2명은 상태가 꽤 호전됐다. 소화기관 내 박테리아가 정신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첫 사례가 나온 것이었다.
이 시리즈(Microbes and Me)는 지금까지 장내 미생물의 기능에 대한 다양한 주장을 살펴봤다. 하지만 장내 미생물이 정신 건강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은 꽤 낯설다. 장내 미생물은 어떻게 두뇌에 영향을 줄 수 있을까?
필립스의 연구 이래로, 소화기관과 두뇌의 관련에 대한 연구는 꽤 발전했다. 캐나다 맥매스터 대학 신경정신과 교수 제인 포스터는 "미생물이 정신 건강에 영향을 준다는 건 사실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위장을 통해 두뇌도 치료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포스터는 소화기관 이상은 정신 질환의 여러 원인 중 하나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 새로운 치료법은 모든 환자가 아닌, 일부에게만 통한다는 뜻이다.
사실 20세기 학계에서는 소화기관이 정신건강에 영향을 준다는 주장이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20년 사이에 사정이 달라졌다. 이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가 나타난 것이다.
2004년 일본 규슈대에서 발표한 연구가 대표적이다.
이 학교 연구팀은 몸 안에 미생물을 다 제거한 "무균(germfree)" 쥐를 가지고 실험했다. 실험 결과, 무균 쥐는 스테레스와 관련된 호르몬(코르티코스테론, ACTH)의 변동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장내 박테리아가 몸 속에서 어떤 호르몬을 얼만큼 분비할지에도 영향을 준다는 의미다.
"활력을 잃은 장내 미생물이 몸속에 들어가면 우울증과 관련된 행동을 나타난다. - 줄리오 리시니오
연구팀은 이후 무균 쥐에게 유산균 박테리아를 집어 넣었다. 그러자 이 쥐의 스트레스 반응이 달라졌다. 보통 쥐보다는 높았지만, 앞서 실험한 무균 쥐보다는 안정되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장내 미생물이 우울증과 관련된 행동을 옮길 수도 있다는 사례도 있다. 이 전염은 단순히 같은 종 안에서만 생기는 게 아니라, 인간과 쥐 등 서로 다른 종에서도 생길 수 있다.
중국 충칭 지역의 한 연구팀은 우울증 환자의 장내 미생물 샘플을 채취했다. 그리고 이를 무균 쥐에게 넣자, 쥐가 무기력함과 절망감을 느낄 때 보여주는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쥐를 상자에 집어넣으면 자꾸 벽쪽으로 몰려갔다. 이는 쥐가 안정감을 필요할 때 하는 행동으로 알려져 있다.
이 연구를 공동으로 진행한 뉴욕 업스테이트 의대의 줄리오 리시니오는 "(우울증 증상을 보인 체내의) 미생물을 집어넣은 동물 역시 우울증과 관련된 행동을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미생물에 변화를 주면 행동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만 나온 게 아니다. 대규모의 임상 참가자를 모은 역학연구(가장 최근에 나온 게 2019년 2월 4일에 발표됨)도 진행됐다. 이 연구들은 일관되게 '장내 미생물이 많으냐 적으냐'가 우울증이나 불안 같은 정신질환과 관련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실험 결과 장내 미생물의 전체적인 비율이 특히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감을 느끼거나 걱정이 많은 사람들은 장내 미생물이 정신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 사람들보다다양하지 않았다.
나아가 리시니오는 최근 연구에서 장내 미생물의 수가 적으면 조현병이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현병 환자의 장내 미생물 샘플을 무균 쥐에게 이식하는 실험을 했다. 그리고 쥐의 두뇌 활동을 살펴보니, 정신 장애 증상이 나타난 것이다.
다양한 경로
장내 미생물이 두뇌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는 다양하다.
예컨대 장내 미생물 중에는 소화기 내부의 벽을 지켜주는 것도 있다. 위벽에 점막을 만들어서 나쁜 물질이 혈관에 들어가는 것을 막아주는 방식이다. 때문에 이런 미생물이 부족하면, 벽이 약해져서 '새는 장 증후군(leaky gut)이 생길 수 있다. '새는 장 증후군'은 몸의 면역 반응을 조절하고 감염 부위 혈액 흐름을 증가시키는 단백질(사이토카인)을 만들어 낸다.
사이토카인은 사람을 축 쳐지게 하고 기분을 침체되게 한다. 몸속의 감염 부위와 싸우기 위한 에너지를 보존하기 위한 조치다. 우리가 몸이 아플 때 피곤함을 느끼는 것도 바로 이 사이토카인이 역할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새는 장 증후군' 때문에 사이토카인이 계속 만들어지면, 우울증이 생길 수도 있다.
"스트레스가 염증을 악화시키고, 악화된 염증이 장내 미생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장내 미생물은 세로토닌, 도파민 등 주요 신경 전달 물질 대사에도 영향을 준다. 우리의 소화기관은 두뇌와 직접 소통한다. 소화 기관에 곳곳에서 신호를 받아서 뇌로 연결하는 미주신경 덕분이다. 장내 미생물은 화학 물질을 만들어서 미주신경이 뇌로 보내는 신호를 바꿀 수 있고, 그로 인해 뇌에서 분비되는 물질이 달라질 수 있다. 포스터는 "신경계통을 포함해 장내 박테리아는 소화기관에서 여러 방식으로 두뇌와 소통한다"고 말했다.
반대로 두뇌 활동 역시 장내 미생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예를 들면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 안에 염증이 악화된다. 염증이 악화되면 장내 미생물의 분포가 달라질 수 있다. 일종의 '피드백 루프(어떤 원인에 의해 나타난 결과가 다시 원인에 작용해 그 결과를 줄이거나 늘리는 것)'인 셈이다.
새로운 길
포스터는 "최근 이 분야를 연구하는 학교와 기업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목표는 우울증과 같은 질병에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기존 항우울제는 뇌에서 분비되는 세로토닌 같은 화학물질의 균형을 바꾸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환자의 20퍼센트 정도에게만 실제로 효과를 보였다. 더욱이 '인지행동 치료' 등 다른 치료법을 병행할 때가 그 정도였다. '소화기관으로 두뇌를 치료한다'는 연구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지금까지 진행된 연구중 일부는 환자들에게 발효음료나 프로바이오틱스를 먹였다. 하지만 이들 연구에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에 실험 대상으로 참가하는 이들의 수도 적었고, 연구 과정에 다른 조치가 개입하지 못하도록 완벽하게 통제하지 못했다.
포스터는 이를 두고 "실패한 연구들은 환자를 정확하게 구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우울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어떤 이들은 장내 미생물 균형이 파괴돼 우울증이 생겼지만, 그렇지 않은 환자도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두 명의 장내 미생물을 비교하면, 약 10% 정도만 일치한다. 이런 미세한 차이까지 고려해야만, 환자에 맞는 정교한 치료법이 가능하다. 포스터는 "치료에 활용할 수 있도록 사람들에게서 특정 증상을 일으키는 생물학적 특징을 분류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스페인에서 진행된 한 연구에 따르면, 전통적인 지중해 식단을 먹는 사람들의 우울증 진단 확률은 다른 이들의 절반 정도였다.
리시니오 역시 조심스레 소화기관과 두뇌의 연결에 초점을 치료법에 대해 낙관했다. 그는 "항우울제의 심각한 부작용 때문에 신약 처방 역시 쉽지 않았다"며 "새로운 치료는 이런 염려로부터 자유롭다"고 말했다. "두뇌를 함부로 다루는 게 아니니까요. 그래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적을 겁니다."
이탈리아 사람처럼 먹어라
지금까지 진행된 연구에선, 건강하고 균형잡힌 식단이 우울증 발병 확률을 줄였다. 이 연구중 상당 수는 채소, 과일, 견과류, 해산물, 불포화 지방과 식물성 기름이 풍부한 '지중해 식단'을 대상으로 했다. 스페인에서 4년간 진행된 한 연구에 따르면, 전통 지중해 식단을 먹는 사람들의 우울증 발병률은 그렇지 않은 사람의 절반 정도였다.
과일과 채소가 많고 건강한 오일이 함유된 지중해 식단은 정신 건강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고 알려져 있다.(게티 이미지)
호주 디킨 대학 정신과 박사인 펠리스 잭카는 "정신 건강과 두뇌 건강에 영양이 중요하다는 데이터는 아주 많다"고 말했다. 그 가운데서도 지중해 식단은 장내 미생물을 다양하게 만들어주고 우울감을 일으키는 만성 염증은 줄여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베들레헴 왕립 병원의 실험이 진행된 지 100년도 넘었다. 하지만 우울증에 대한 완벽한 약은 아직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에게는 위장을 튼튼하게 하는 게 정신 건강의 첫걸음이라는 건 분명하다.
[출처]
https://www.bbc.com/korean/international-47412590?ocid=wskorean..social.sponsored-post.facebook.SMP-AEP-MENTAL.nneed3.mixed.quotationad.mktg